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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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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 101분

뮤지컬 · 판타지 · 모험 · 가족

이스트 헤븐 클리어 이후 미겔의 고향에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던 미겔과 녹. 어느날 때아닌 눈보라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떨어지게 된다.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것임을 알고 그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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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러나 아직 겨울의 매서움이 출몰하는 시기. 푸르고 여린 풀밭 위로 예보에도 없던 눈보라가 들이친다. 아이들의 성화로(간식 심부름이었다) 멀리까지 나갔다가 마을로 귀환하던 이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녹과 미겔, 두 사람이 눈보라와 맞닥뜨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굳이 맞설 이유가 없으니, 미겔은 곧장 가까이 비어있는 집의 지붕 아래로 녹을 이끈다. 

 

얇은 문을 닫고 들어서면 바깥소리가 더 야단스럽게 느껴진다. 바람보다는 나무로 된 창틀이 유리를 흔드는 것 같다. 얼마나 버티고 있어야 할지 가늠하고 있으면 돌연 큰소리가 난다. 미겔의 침착한 시선이 주변을 훑는다. 다음은 바닥을 구두 앞 코로 가볍게 굴러본다. 창문이 깨지는 것이라면 오히려 안전했을 법이 일어난 후다. 발아래는 나무 바닥에 붙었으나 익숙한 흙으로 된 땅과는 멀다. 작은 집은 허공에 떠 바람에 실려 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 이미 벌어진 순간은 훨씬 지나버렸다. 뛰어내리는 것으로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높이 와버렸다. 

 

“보이는 것이 없어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버린 것 같네, 내 짐작이 맞나?”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그건 편하네.”

 

부유하는 감각이 그리 생경한 이들은 아니니 금방 평정에 가까워진다. 그저 떨어질 때 다시 기민하기를 염두에 둘 뿐. 얼마 후 도착한 곳은 미겔이 느끼기에 실외라기엔 인공조명이 내리쬐는 것처럼 어색한 곳이었다. 제대로 땅에 붙은 건물을 창밖으로 확인하고 다시 얇은 문을 열고 나서본다. 언제나 빛과 시각을 사용함에도 색채가 가득 찬 것이 생경했다. 꼭 단조롭던 피아노 건반에 화음이 더해지는 소리 같아서… 미겔은 이런 장면을 녹에게 설명하려다 다가서는 그림자들에 누가 온다는 말만 짧게 뱉는다. 가까이 온 이들은 무해하나 시끄러웠다. 


 

그 동쪽 마녀를 죽이다니!

당신들은 마법사군요. 

이제부터 당신들은 역사가 될 겁니다. 

어쩌면 오즈 님처럼 될지도 모르죠. 


 

다들 입을 모아 말하지만 두서가 없었다. 천천히 하나씩 짚어내면 터무니없는 것과 별개로 알기 어렵지는 않았다. 하늘을 날던 집이 눈보라와 함께 이곳에 떨어졌고, 그 아래 소위 말하는 나쁜 마녀가 깔려 죽었다고 한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법을 청하니 다들 한 곳을 동시에 향해본다. 노란 길 끝에 걸려있는 에메랄드빛 성. 


 

빗자루가 없다면 걸어가면 되죠.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세요. 

에메랄드 시티로.

위대한 마법사 오즈는 전부 알고 있어요. 

에메랄드 시티로.

 

노란색 벽돌로 만들어진 길은 그다지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길은 아니었다.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것은 보통이고, 앞으로 갔다 바로 그 옆쪽으로 뒤돌아 오는 형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 길을 꿰뚫어 간다면 시간은 물론 많은 걸 아낄 수 있는 건 알기 쉬웠다. 이곳의 사람들은 그런 합리나 효율을 멀리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서만 갔다. 어떤 법률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그건 시스템에 가까워 보였다. 덕분에 동행인 둘은 어쩐지 익숙한 곳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긴 꼭 ‘게임’ 같지 않나?”

“접속한 기억도 없잖아.”

“하지만… 우리 둘 다 잊은 걸지도 모르네.”

 

미겔은 대답 대신 상대의 가려진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선은 느껴진 것인지 그는 으쓱하고 어깨를 들썩였을 뿐이고 농담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정말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너스레도 함께다. 하지만 가능성이 ‘0’이라고 보지는 않는지 그 뒤를 고민하는 것처럼 입을 닫았다. 웃음기가 사라지고 가만히 멈춰 선 모습만은 퍽 진지해 보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됐어. 마저 가자.“

“노란 벽돌 길을 따라서 말이지.”

 

저벅, 하고 발소리 하나가 시작되면 또 다른 무게의 소리가 더해진다. 먼 시간에서 돌이키면 녹은 이게 게임이라면 하는 가정에 대해 짧은 생각을 했을 뿐이다. 클리어 보수는 귀향인가, 따위의. 어느 곳에서도 집만 한 곳은 없잖아. 돌아가려면 움직여야지. 둘의 걸음은 한참이나 같은 길을 따르고 있다.

콘텐츠 정보
출연
녹=노크
Nok=Nock
​젲
제작
치즈
미겔
Mig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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